구시렁- 텃밭
못난 놈
허석(虛石)
2006. 10. 28. 23:55
◑못난 놈◐
큰 놈,
동네가 떠들썩하게 공부를 잘했습니다
텃논배미 팔아 학비 댔습니다.
대학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떠나
박사 땄다고 지방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났습니다.
지들끼리 공부 많이한 처자만나 결혼했습니다
손주 얼굴본지 3년 됐습니다.
둘째 놈,
내림입니다.
소 팔아 책 사줬습니다.
마을어귀 플랭카드에 의대합격 붙었습니다.
뒷 다랭이논 팔아 갈켰습니다.
강남에서 성형외과 개원했습니다.
2년전에 며느리 왔다 갔습니다.
셋째 놈,
희귀종이 태어났습니다.
맨날 말썽만 피우고 다녔습니다.
중학교만 간신히 마쳤습니다.
뒷제너머 삼막골 다랭이논은 팔지 않았습니다
면사무소 방위 마치고 막노동판 떠돌다
결국 고향 떠나지 못하고 면소재지에서
고물상허가 내어 농기계수리를 하고있습니다.
셋째 못난 놈,
지난 추석 시키지 않은 지 할아버지 할머니산소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놈과 벌초하느라 낑낑대더니
오늘은 또 돼지고기 몇근 소주 한병 달랑 사 들고
지 식솔들 다 델고와 난리통을 치루고 있습니다.
못난 놈, 갈곳도 없나봅니다.
내일은 또 뭐 가져갈 것 없나
지애편네와 새끼들 떼거지로 몰고 올 것입니다
못난 놈 셋째 그놈만~(*)
"며칠전 사무실에 찾아오신
할아버지 이야기~, 虛石/씀"
▶지금 우리동네(내장산)에선 곱게 들어가는 단풍이 손짓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