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엿 같은 날 허석(虛石) 2006. 11. 13. 21:31 ⊙참 엿같은 날입니다⊙ 시골 국민학교 줄 반장에 공부도 제법 잘했습니다, 읍내 중학교 장학생을 겨냥하고 시험을 치뤘지만 택도없었습니다. 2.5대1 경쟁 뚫고 고등학교에도 진학했습니다. 이번엔 돈이 없어 대학2학년 등록 못하고 자원 입대했습니다. 3년지나 군 제대하면 세상이 달라지는 줄 알았습니다. 쉽게 취직은 했습니다 그 대신 봉급도 보너스도 작았습니다. 내 주제에 천직이라 생각하고 하고싶은 일 다 접고 한 우물만 팠습니다. 야근도 했습니다. 숙직도 도맡아 해줬습니다.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부르면 달려나가 무릎 꿇고 술잔 올리고 무릎 꿇고 술잔 받고 오바이트 해 가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김밥말고 아부도 했습니다. 독서실 3년씩 전전하며 30대에 서둘러 진급도 했습니다 봉급이 늘어난 만큼 똥배도 나왔습니다 이젠 윗사람도 없고 아래분들 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야근도 안 합니다 숙직은 무인경비로 대신합니다 주말 공휴근무는 시간외수당 줘도 안 합니다 사정해도 술자리에 오지 않습니다, 잘 버텨 정년까지 살아 남으려면 이제부터 아래 놈들에게 김밥말고 또다시 아부도 시작해야할 것 같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작자표시 비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