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남쪽으로 간 달마

허석(虛石) 2006. 11. 18. 22:11

   ♡ 남쪽으로 간 달마~! ♡

 

"어~..주몽 연속극 할 시간인데~"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안 하네~, 특별방영하나~??!!" 금요일인데 왜 갑자기 월요일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내 마음 내려놓은 곳이 어딘지,
천장 바라보다 번갈아 모로 누워 벽을 쳐다
보며 뒤척이는 시간,
지금까지 달려온 날의 반쯤을 내가 더 걸어 갈 수 있을까!
일흔다섯쯤 됐을 때 노래방에서 양팔 휘젖으며

두다리 말짱하게 얹갈림하며 지금의 품새를 보일 수 있을까!
또 내곁엔 어떤 사람들이 남아 있을까!
아님 사랑하는 지금 저들에게서 잊혀져가고 있지는 않을까!

다시 시작하면 잘하고 잘 됐을텐데...........
내가 가야하는 세월의 집을 짓기도 전에,

지난 내 삶의 아쉬운 거푸집만 짜맞추다 뜯어내길 반복한다.

희미한 벽시계 시침이 2자를 가르키고있다.

 

  새벽 4시50분 시작하는 기도회,
눈을뜨니 5시반이다. 4시20분에 작동되는 모닝콜,
"고장났나~!" 가는귀 쉰넘는 나이 탓이려니.......

 

  겨울 뒤쫓아가는 음력 구월 스무여드레,
스산한 아침바람이 심상치 않다.
오랜만에 전체 직원들과 해남달마산 산행길에 합류하기 위해
은박지 둘둘말은 김밥 세줄 가방에 달랑 챙겨넣고 집을 나섰다.
서해고속도로 목포 나들목에서
대절버스 널찍한 차창에 흘러내리는 비의 눈물을 본다.
도롯가 코스모스는 지난날 허리 가늘게 한들대던 모습 간데없고
앙상하게 말라 비틀어져 반으로 굽어진 허리펴며
가을걷이 다 끝낸 휑한 들판을 쳐다보고있다.

저 다랭이 논들, 십년 이십년 후에도 저렇게 누런 볏짚 덮고 있을까!
젖은 짚다발 논두렁에 걷어 올리는 할아버지의 애처로운 모습을
뒤로 보내며 또 쓰잘대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오메 저 단풍 좀 봐, 아직 않졌네~!
굵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반가움의 소리는 아닌 듯하다.
어느새 비에젖은 달마산은 내 앞에 와 있었다(*)


  서둘러 달마산에서 한시간 거리 새발낙지 목포로 자리를 옮겼다.

급하긴 급한 모냥새 옷갖 횟감 주문해놓고 와사비(?=고추냉이)와

된장뿐인데 우선 입가심으로 홀짝건배~!

가져간 하이트(전북)와 잎새주(전남)의 만남이 어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