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큰놈- 산들

산드리의 반란1

허석(虛石) 2008. 2. 5. 15:19

"장녀 산드리의 반란"

 

"산처럼 높고 들처럼 너른 맘으로 세상을 그렇게 살라"했다.

초등학교때 실력이면 벌써 의사 검판사 됐을텐데,

중학교 때 신나게 놀다가 고등학교 2학년초에 머리기르고 치마 무릎위로

최대한 올려자르고 팔뚝소매 둘둘말아 줄여입는 기염에 귀를 뚫더니

3학년 올라서던 봄 어느날 고1때 그렇게 졸라 챙겨든 핸드폰 자발 취소하는

작은 반란에 반신반의하며 그래도 이 아빠 쬐끔은 만족했었다.

 

"아빠~! 지방대 나와봐야 어렵다는데 취업잘되는 간호대학이나 갈까?,

그정돈 걱정없는데~", 우쉬~그때 아빠 겁나게 자존심상하더라.

"이 아부지가 별볼일없다는건가,요게 날 어떻게 보고" 캭~,하고 말이다.

"간호대졸업 취업하면 일이 많이 힘들다는데, 거기보단 의무행정쪽이 어떠니?"

아무말없이 도계를 넘어 원서를 접수시켰다.

 

학교앞 민간아파트 셋방에서 불평없이 자취하며 아무일없이 정말 잘 지내줬다.

국립의료원 실습을 거쳐 졸업이 다가오자 내심 제대로 취직이라도 할려나하는 걱정에

"아빠 걱정말랑게~"용케도 졸업전 분당 나우병원에 첫 자리를 잡았다.

기숙사가 맘에 안들고 지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해야한다며 연신 투덜대더니

강남 성모병원에서 의무기록사 1명 채용의 인터넷 검색정보에 홀딱,

열달만에 사표를 내던졌다.이런 성깔머리하곤,떨어지면 백수되는데~..

"아빤 걱정말라니까, 내가 알아서 헌당게로..~~"

" 아~, 미치겠네 내가 일도 참 잘하는데~,우쉬~~"

3년동안 월 70만원 한번도 거르지않고 아빠 직장으로 적금 야물게 붓는 모습에

대견스럽기도 했지만 그것도 약간은 자존심 상했다.

"설마 저 시집보낼 혼수 안 해줄까,이게 지아부질 어떻게 보고~"

 그래도 동생들 꼼꼼히 챙기는 모습과 외사촌 언니 오빠들과 더부살이에도,

"눈치허든 말든 상관 않혀부려 내가 왕따시켜버리면 된게로,

청소? 끝까지 않혀버려 그럼 지쳐가꼬 오빠가 허거든~ㅋㅋ,

나 아빠를 많이 닮은 것같지?"

 

 "아빠~나 아무래도 공불더해야겠어~"

"그렇게 공부하기 싫은놈이 이제와서 다시 공부를...아서라~"

"아니랑게 준비하고있당게...연세대학교에 편입 해버릴까?"

"야~연세대학교 대문이 웃겠다,누가 너 오라고나 헌디야?얼굴보고 뽑아주면 몰라도~"

 

며칠 전,

"아부지 이거 말해도 될랑가 모르겟네~!!!???"

"무슨 일인데?"

"나....~~"

"아니~ 뭔일이냐니까?"

"연세대학교,편입시험 1차관문 20명 모집하는데 5배수 100명안에 들었는데~,

그동안 많이 준비했거든,아무래도 2차에선 어렵겠지?"

"야~ 무슨소리야 걱정마,넌 어릴때부터 운이 좋은애야,

야시장에서 100원 던져 500원 건져내고 상가오픈 경품에서 자전거도 타내고

키크고 날씬한디다 이쁘고 말도 잘헝게 면접에서 10점은 먹고들어강게 걱정마러~"

 

발표일이 언제냐 물어도 무슨 국가비밀 다루 듯 하더니, 오늘~.

"아부지~! 나 붙어버렸네, 근디 걱정이여 지금 다니는델 어떻게 해야할지~"

"야~,지금 그런거 따지게 생겼냐~???"

(오늘 이야긴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