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논
아버지~
허석(虛石)
2008. 5. 20. 21:38
아버지~! 방금 딱 한시간 전에 서울에서 대선이가 첫 아들을 낳았답니다. 외동딸이라고 유난히 예뻐 했던 정옥이 누나 큰애 대선이가 말입니다. 푸르름이 더해가는 戊子년 오월스무날(음:사월 열엿새)밤8시38분(戌時), 당초 출산예정일 보다 조금 늦어져 걱정했는데 자연분만으로 산모(정운)건강하고 아이도 3.6kg로 건강하답니다.![]()
중학생이었던 자영이도 이번에 대리로 승진하고 막내 인선이는 대학졸업 전에 SK증권에 취직하여 서울 신반포지점에서 근무 중 이랍니다. 이놈들 셋 다 대견스럽죠?
아버지 가신지 열 다섯해 되던 날 지난 주일 오월 열하룻날엔,
정말 정말 죄송해요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요. 그날 아버지 가시던 삼막 골 오름길엔 아카시아 꽃도 피지 않았었는데 요즘 들어 날씨가 예전 같지 않고 여름이 빨리 오는 것 같습니다. 목을 타고 넘는 아카시아 향기를 울컥 한모금 그리고 두모금.멀리 소재지 쪽 공단에 아파트와 공장도 많이 들어섰습니다. 저 멀리 보이시죠?
아버지~! 큰손녀 세라,허우대 좋은 지 동창 만나 아들 낳고 딸 낳고 알콩달콩 잘 살고 있습니다. 유서방 수학학원도 잘 운영되고 세라는 농협에 잘 다니고, 그 덕에 딸(연우)과 아들(승우)은 신평리에서 증조할머니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예쁘게 잘 크고있습니다. 이번에 북면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지 반에서 키가 젤 크다네요, 그림도 잘 그리고 글씨를 정말 잘 쓰거든요, 제가 보기엔 요즘 중학생보다 더 예쁘게 잘 쓰는 것 같습니다. 이놈이 아마 외증조할아버지인 아버지를 닮았나 봅니다. 아버지 몸 편찮아 누워 계실때,얼굴과 손발 씻겨 드리며 말동무 해주던 얼굴 예쁘고 맘씨착한 둘째 세희, 결혼이 좀 늦었죠? 남원 지리산 밑 박씨문중 장손에 촌놈이긴 해도 늦은 만큼 정말 좋은 놈 만나 전주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시집가자 마자 여섯 달 만에 떡~아들 낳고 지난 겨울 돌잔치도 성대히 치뤘답니다. 요즘들어 얼굴빛이 좋지 않아 왠일인가 했더니 둘째를 가졌다는군요 벌써 3개월째라네요.이번엔 딸을 낳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야물던 세째 세정이, 경기도 이천에서 아들 낳고 크게 식당 운영하는데 아주 잘 된다네요 신평리 동네에서 시집 잘 갔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제가 보기엔 현준애비 오서방이 장가를 잘든 것 같습니다. 바램이 있다면 아이를 하나 더 갖었으면 좋겠네요.
아버지! 늘 걱정이 많으셨죠? 장손 우리 정민이,드디어 직장 잡아 벌써 두달째 봉급을 탓다네요. 지난달 첫월급 탓다고 제 와이셔스와 딸기 한박스를 사들고 왔었습니다. 기욱이 한테도 3만원을 빼주고 갔습니다. 이제 한시름 덜은 것 같습니다,참한 처자만 만나면 될 것 같구요. 제가 타던 차를 지 누나가 타다 시집갈 때 넘겨 주고 간 고물차로 출퇴근하는데 어머니 걱정이 여간 아닙니다. 다른 손주들이 알면 서운 할지도 모르는데 막무가내 입니다. 쌈짓돈 500만원을 줄테니 좀 보태 2~3년된 중고차를 사던지 아님 아예 새차로 바꾸라고 성화입니다. 아버지가 지켜 주시는데도 어머니는 늘 걱정이 많습니다.
아버지 무릎에서 놀던 손주,아들 이름을 아무렇게나 불러 선 안 된다며 지팡이 짚고 전주까지 가셔서 작명가에게 이름 지어온 기욱이가 벌써 고등학교 3학년입니다. 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키도 훌쩍 컷 습니다. 썩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 심성 착한 걸로 위안을 삼고있습니다. 아버지 보시기에도 잘컷죠? 아버지가 방에 누워 계시던 모습과 까끌한 수염으로 볼 비벼 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하니 퍽이나 다행입니다. 행여 할아버지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초등학생이었던 산들이도 벌써 스물 여섯입니다. 강남성모병원에서 의무기록사로 근무 잘하고 있고 둘째 달해는 할아버지 뒤를 이어 공무원 하고싶다고 대학 4학년1학기 마치고 노량진에서 학원 다니고 있고요. 아버지~! 1년만 더 계셨더라면 저 더 큰 아파트 사 이사하는 것도 보시고, 3년만 더 계셨더라면 저 직장에서 승진하는 모습보시며 좋아 하셨을 텐데... 저는 이번에 본점에서 1년 반만에 다시 지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전에 있었던 곳이라 마음의 부담은 없습니다.열심히 할게요. 정말정말 저희들 아버지 은덕으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아버지 사랑합니다,보고싶습니다.오늘밤엔 정말 많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