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셋째- 기욱

아들아(11)보고픈얼굴

허석(虛石) 2010. 2. 12. 21:32
    사랑하는 내아들 기욱아~! 오늘은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여 그새 수척해지고 찡그린 모습 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던 이 아빠, 며칠 새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고 매일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불면의 날들이었단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까끌한 입맛으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컴을 열어 보니 아~~(격정적 언어) 내 아들 그렇게 보고싶었던 내 아들의 모습이 보이더구나, 뛰는 가슴으로 벅찬 감정 억누르며 소위 널 제일로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대량문자를 날렸단다, "우리 기욱이 훈련소 카페에 사진 올라왔습니다 빨리들 와 보세요"이렇게 말이다. 젤 먼저 둘째 달해누나 "지금 밖인데 폰으로 사진 보내 주면 안돼?" 거기까진 좋았다 그 후 30분 지나도록 아무런 흔적들이 없었다, 다시 한참 후 하나뿐인 네 고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 지금 인사발령나서 보따리 싸고있어서 못 봐~ 편지는 나 아니래도 엄청 많이 쓰더만" 기욱아~! 네가 군 입대 이후 이 아빠는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란다, 너도 알다시피 냉기가 감도는 거실에서 행여 보일러 온도를 살짝 올리려고 하면, "그 때 안 가 봤어~강원도 얼마나 추운지~ 아들은 이 추운 날 고생하고 있는데~~" 그건 그렇다 치자, 주말 돌아오면 그래도 네가 집에 오는 날이라 집 앞 S마트에 하나로마트 거쳐 구시장 통까지 운전 수 노릇 을 해도, 구박받는 식탁에서 가운데 토막 차지는 고사하고 고단백 고지방 음식은 다 네 앞쪽 으로 놓일 때마다 힐끔힐끔 곁 눈치 밥을 먹어도 그 때가 좋았던 듯 싶다. 그 동안의 불만이 요즘 들어서는 아주 절망적인 상태란다, 솔직히 이 아빠 하루에 집에서 두 끼 먹는 날 별로 없고 고작 아침식사 한끼로 때우는 날이 많은데도 어디 김 못 먹어 죽은 놈 있나 아님 계란 후라이 땜에 목맨 놈 있나, "군대간 아들도 있는데 그냥 드셔~!" 아들아~!, 어서 빨리 네가 외박을 나오던 휴가를 좀 나와야 될 것 같다, 다른 집 아들들은 사격을 잘해서 또 뭐 뭐를 잘해서 휴가 나왔단 말들 많이 하던데 무슨 좋은 방법 없겠냐~?.

                                        (2010년 2월8일 3중대 훈련소 입소식 선서)

    요즘 들어 거국적인 4대강 개발과 그놈의 또 세종시문제가 맞물린 데다 어제부턴 무슨 강도이야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폭설과 한파에 또 얼어붙은 경제 탓인지 설날이래야 받기 싫은 선물1위 위생셑 몇 개 받아 들고 정시퇴근 집에 들어오니 6시 조금 못됐더라. 이미 인터넷 편지를 통해 니 누나들 어젯밤 서울에서 내려와 있는 거 알지? 집에 들어서자 아무도 없더구나, 역시 네가 없는 설맞이라 집안 분위기가 스산했다, 불안한 맘이 퍼뜩~, 엄마에게 핸드폰을~받지 않는다, 산들이 누나에게~역시 안 받는다, 이제 마지막 달해누나 꺄~앙.....백화점 찾아 고속도로 타고 날라 세 모녀가 쇼핑 중 이랜다, 아예 아빠 저녁밥은 어찌 할 건지 물어 보지도 않는다. 그 시간 넌 군대에서 빡센훈련으로 고단한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 텐데 말이다, 잊지 말자 우리 극히 비 가족적인 오늘의 사태를~, 아~아~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작당한 세 모녀....(중략)...언젠가 갚으리 오늘의 비극을~,
(차려자세....폼 난다~ 우리 아들들)
    식은 밥 한덩어리 아침에 남긴 김치찌개에 물 말아 목에 넘긴 후, 그리운 내 아들 찾아 단체사진 다초점 안경너머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고 3중대1소대1분대 둘째 줄 제일 우측에 있는 보고픈 네 모습에 한참동안 그리고 또 이 아빠 가슴까지 밀어 넣고 있었다, 빔8시, 뭘싸들고 들어오는지 니 엄마와 누나들 환한 얼굴들이다,"어디 기욱이 어딨어?" 순간 귀뺨 한방 날리고 싶은 맘 꾸욱 참고 눈만 흘겼다, "여기 있잖아~!" "잘 있네 뭐~" "여기 아빠 좋아 하는 단팥 빵 사왔는데~?!" "너나 먹어라~".... "에이~쉬~~" 속으로만.
(3중대 1소대 1분대 대원들 모습)
    자질구래한 일상 접고 오늘 우리 아들 얼굴 보니 너무 좋았다,그 쪽 정말 눈 많이 왔지? 많이 춥겠구나, 아들아~사랑한다. 지금 주방 쪽에서는 세 모녀의 수다가 이어지고 있다, 참 이번 설날 네 세배돈 아빠가 이미 챙겨 네 농협통장에 입금하고 퇴근했단다. 낼부터 연휴인데 울 아들도 쉼 있는 날이었으면 싶다. 좋은 밤 되려무나~, 안뇽~. 아차 빠트릴 뻔 했다 엎드려 절받기, 연휴중간 새에 낀 아빠생일 잊지 않겠지? 이번엔 마음으로만 축하해도 어쩔 수 없구나.........................2010년2월12일 밤에 아빠 쓴다(*)
3중대 1소대 16번 훈련병  김 기 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