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虛石)
2015. 2. 24. 13:14
신평리 김종성씨 별세
닳아가는 손끝
심인(尋人)김종성(金鍾成)
(한국문인협회 정읍지부장)
어제저녁 콩나물무침은
곰소염전을 옮겨 온 소태 맛이더니
오늘아침 콩나물국은
세월 지난 생수처럼 식은 물맛이다.
갈비뼈 으스러지는 곳에서 부는 바람은
공명 통 기능 상실한 금간 항아리 같이 버거워
겨울 갈꽃처럼 흩어지는 아내의 손끝은
죽음 부르는 백색가루 위험보다
더 아릿한 애잔함이다.
음표가 제멋대로인 연주불능 악보처럼
미친 듯 널뛰는 내분비 순환기관 수치로
롤러코스트 위에 돋아 난 두려움은
비상관제소 깃발처럼 시퍼런 얼굴로 펄럭일 때
사소한 것들까지 더욱 소중해지는 순간
손등 주름 늘어 손끝이 쇠잔해지니
미각도 닳아진다는 저 서글픈 눈가(*)
http://www.feelpoem.com/
시마을 동인방에(작성일: 2015-02-17 08:44:47)
형님의 마지막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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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방
김 종 성
내 얼굴 온통 묻어도 남아도는
보름달에 걸린 하얀 박처럼 풍성했던 젖 무덤은
산호 숲 바다처럼 은밀하고 황홀한 영지
생명은 성스런 꽃술에서 풍요를 누렸던 방
햇솜 넣어 꾸민 금침처럼 부푼 봉우리는
비켜 갈 수 없는 세월에 폐총(廢塚)처럼 밋밋해졌다
단풍든 버찌나무에 시든 덩굴로 매달린
쭈그렁이 수세미같이 늘어진 초라한 방에는
꽃다웠던 자줏빛돌기가 잊혀진 유적처럼 묻혔다
통로가 막혀 기능이 상실된 수맥으로
육신은 겨울나무 수피처럼 말라 가는 강
질경이 같은 세월이 걷어 간 어머니 유선은
추수 끝난 빈들 폐쇄된 수로처럼 서글퍼
명치 저미는 내 뜨거운 눈물 선이다.
(작성일: 2014-11-02 18:08:18)
아랫채에 그 많은 책과
구십 오세 요양병원 울 엄니 홀로 두시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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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아래 동생과 제수 아들딸 조카며느리까지
열 여섯 불러놓고 명함직책을 나열하시며
나이 내려놓고 가족소통의 젤 윗자리에 계셨던
심성 여리신 우리 형님,
영양가없는 직함 다 갖고있다는 버릇없는 내말
내 행동 모두 다 가슴에 묻어 삭히셨을 텐데,
저는 정말 정말 나쁜 동생이었습니다.
설날 다음날 오후, 딸 사위 셋 외손자와 외손자 여섯에
막내 아들과 누나네 애들 모두 집마당에 모여
숯불 내려놓고 고기 굽고 윷놀이 하시다가 오후 네시 반쯤,
고기 먹은 게 잘못됐나 가슴 답답하다며,
"병원 응급실에 가 봐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시며 본채와 아랫채
오가시며 소재지 나가 소화제 드시고 밤 열한시 반쯤 아랫채에 드셨다는데,
아침8시 온 가족 아침상 차려 놓고 문을 두드리니
일흔 넷 막 문지방 밟고 우리형님 바람처럼 그렇게 무심히 가셨다.
아버지 곁으로......
음)1942.5.28~ 2015.1.3 09:20
양)1942.7.11~ 2015.2.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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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고 김종성 시인께]/박미숙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울적해지는 마음 달래겠다며
커피 한잔 내리던 그 때까지도 몰랐지요
비가와서 내 몸 여기저기 쑤시는 거라며
애꿎은 날씨 탓만 했더랬지요, 미안합니다
바로 그 때 정읍 어드메서
이 곳의 모든 것들과 홀로 이별하는 당신이
지금 우리들과 같은 마음으로 먼저 쏟아 내는
눈물이었음을 그 순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중략~~~~~
당신의 목소리는 이 아침 허공에서 울리고
인사동 맛 집과 길거리 서예 전시와
저장한 사진들을 보여 주며 덕분에 좋은 구경했다 시던
당신만의 유쾌한 웃음소리 지나 보니 우리들의 인연은
만날 때마다 작은 일들 앞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껏
큰소리로 웃을 수 있었던 그런 추억들 뿐인 것을요
때마다 챙겨 주시던 잘 익은 복분자 안에 담긴 그 깊은 정과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의 만남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진실한 많은 마음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오래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부디 이 곳에서의 모든 걱정들은 접으시고 편안히 잠드소서~.
삼가 고인의 소천에 바칩니다.
최정신
김종성,
얼음새 복수초도 더디 머물다 오라 전하세요
가을걷이 복분자도 그만 익으라 전하세요
그적 옥정호에도 비가 내렸고
백양사 벗꽃도 비에 젖어 비가(悲歌)처럼 흩뿌렸지요
금봉산 종댕이길, 일행은 저만치 오르고
산씨 오누이 산꽃 두 송이로 도란도란,
투정이나 야무지게 부릴 걸
굼뜬 내비게이션 탓으로 직선을 버리고 돌아든
화순 넘어 먼 외길도 잠시 끊긴들 뉘 나무라겠어요
청양해 정월 초사흘,
비는 추적추적 지상의 방 한 칸을 적시고
비보는 구름요람에 오른 별을 전송하고
문턱까지 다다른 봄날
정읍시 북면 문전 텃밭에 잡풀이 무성한들 그냥 두라지요
아담한 사이즈에 잰 걸음이 딱 어울리는
거시기 속사포 목소리도 쉬어 가라지요
우리가 언제 조석 안부를 물었던가요
우리가 몇 달 못 만난들 보,고,싶,어, 안달이 났던가요
남도 거기쯤 산나무 하 마시고
여기쯤 산골이 되잖은 시나 되작이며
모니터 안에서 게 있거니, 예 있거니,
그저 미더운 筆을 나눠먹던 필부치였나니
그 나이 그렇게 말갛던 영혼이 어디 쉬운가요
사람 진국은 하늘도 냉큼 알아챈 게 지요
어쩌겠어요 한동안 떠난 자리 휘청인들
신은 슬픔을 다 다독일 수 없어 눈물샘도 마련했나 봐요.
형님! 정말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우리형님 정말 미안해요 막내가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