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1977년7월 일기

허석(虛石) 2015. 7. 14. 14:33

1977년 징허게 덥던 7월...

그날은 너도 나도 세상도 다 싫었다~.

피할 수 없는 길이기에 선택한 길..

설마 굶겨 죽이진 않겠지, 훈련 힘들어도 질식사는 안 하겠지~,

수영 못한다고 물에 빠트려 죽이진 않겠지~.

너와 나 다 함께 가는 길인데....그래 자원입대했다.

1977년1월말, 뒷힘 약한 시골촌놈 육상병(해병대)과 지원하려다

해상병(해군)과 지원했더니. 7월12일10:00까지 집결하라는 소집통지,

정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배웅하는 엄니와 만삭이 다 된 누나에게는

큰 인심 써 손 한번 흔들어주고~,

이쁜그니(지금은 더 겁나게 이쁨)와 친구들 몇 전주지방병무청으로~,

 

이런 황당한~....쪽지하나 달랑 건네주며

이틀 뒤 7월14일 진해신병훈련소로 알아서 찾아가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없는 형편쪼개 그니와 연 이틀 날 밤을

쪼개자니 주머니 사정도 그니 입장(훗날 책임소재 등)..에쒸~.

다시 해질녘 정읍역 앞, 돌고 돌아 진해가는 기차 탐색 중

광주까지 간다는 나가시택시기사 유혹의 손짓이 계속된다.

짤막한 떨리는 포옹..그리고,

"나 어떡해~ㅠㅠ" 절퍼덕 땅바닥에 주저앉는 그니 뒤로하고~.

늦은시간 광주도착...

봄에 그만둔 하숙집에서 같은과 놈 또 옆방 선배들과 동숙의 쓴 밤을 보냈다.

 

7월13일 이른아침 부산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딩 1학년 후반기에 자유선언, 부산 서면 박스공장에 둥지를 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조금 이른 점심시간, 나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친구~...

가쁜숨 몰아쉬며 볼록한 오른쪽 주머니를 보여준다.

택시대절(랜트없던시절 물론 운전면허증도없고)해운대, 용두산공원,

남포동거리, 자갈치시장에...또 여기저기~.

그리고 막차로 진해행 직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훗날 알게됐지만 사장에게 사정해 가불한 반 달 월급)

<그 친구 지금은? 육군만기전역 후 똑같은 박스공장설립 사장된지 20년째다>

 

통금 임박한 처음 찾는 진해의 밤은 한 여름밤인데도 스산하다.

몇 곳을 헤매다 훈련소 가까운 쪽 여인숙 좁은 골방에 등를 댔다.

후텁한 작은방에서,

유효빨때길이 군대담요 두 장을 뚫는다는 진해모기와의 첫 만남.

동반 입대하는 몇 놈이 옆방에서 격한 푸념의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 잊지못할 1977년7월14일 이른 아침,

광주충장로 뒷길 숨어다니며 길러왔던 머리카락을 뚝 뚝 잘라냈다.

그 순간 감성좋은 놈들은 눈물도 함께 떨어트린다는데 난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리고 두 시간 후, 세상에서 군대로 들어갔다.

그날 점심 까만 보리밥에 무우장아찌와 무우깍두기 네개 그리고

속풀이 무우말랭이국...참, 밤에는 미역이 수영하고 지나간 국이었다(*)

(딱 38년 전 오늘일기- 흐르는 곡: 해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