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밀레- 친구

들 가운데 서면

허석(虛石) 2005. 9. 19. 22:17

=가을 들 가운데 서 보면=

이 가을에는
세종대왕 새겨진 백 동전
한 움큼 만치
기차를 타고 길을 떠나 들 가운데 서 보세요.

셋은 시끄럽고
둘은 번거로우니
혼자서 떠나세요
휴대폰일랑
잠시 책상 서랍 속에 잠재우시고
알록달록 물들여 진
불량사탕 몇 알만 주머니에 넣고 떠나세요.

낯선 간이역에 내리면
허리 가는 코스모스
어깨를 흔들거리며
끼리끼리 모여
당신을 힐금거리며 숙덕거려도
그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말고
얼굴 정색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 곁을 지나 들 가운데로 가시오.

풍요가 파도치는
들 가운데 서면
당신의 눈과 귀와 가슴이 열려
당신은 보고 듣고 느낄 것입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한 조각
부신 햇살 한 줄기
청량한 바람 한 가닥
모두가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이슬로 얼굴을 씻는 코스모스는
당신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고
당신 기다리며 밤을 지샌
들국화 당신에 품에 안겨 올 것입니다
가을의 들 가운데서
풍요를 얻은 당신
돌아오실 때는 모든 것
가슴에 담아 와
이 가을을 향기롭게 보낼 것입니다(*)

   우리 김종성형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