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큰길 돌아 우측으로 꺾으면
극장 보이거든 엄청 시설도 좋아....
지금 잼있는거 하는데~,
아빠가 봐도 재밌을걸~언니랑 같이가봐~"
마음 같아선 원룸 아니라 오피스텔이라도
얻어 주고 싶은 맘이지만,
기숙사보단 평반 남짓 고시원의 좁은 공간에
더 만족하고 있는 둘째 딸램이 어떻게 지내는지
조카결혼식 축하차 서울에서 내려 온 큰애 앞세우고
예고없이 현장을 덮쳤다.
"야~, 이게뭐냐 좀 치우고 살아라~" 언니다운 충언에
"이정도면 깨끗하지~" 받아치는 둘째 3년째 달라진게 없다.
늘 그래왔듯 반쯤 안도하는 맘으로
여름 옷가질 몇개 챙겨 차에 싣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가 했는데,
두 모녀의 눈빛이 의미심상찮다.
대학로 주변의 그집,
값싸고 잘빠지는데다 색깔까지 잘나와
예약 않하면 힘들다나 어쩐다나
지지고 볶는데 3시간은 걸린다는데
큰놈과 난 뭘하며 기다려야 할지 막연하다.
등떠미는 둘째에게 밀려 못 이기는척
오랜만에 큰놈 팔짱을 꼈다.
"아빠 뭐먹을거야. 아이스크림~팝콘 살까?,
아~ 여기, 아빠 좋아하는 빠다코코넛 있네, 이거사자~"
"표는 니가 끊었응게 이건 아빠가 낼께~"
"아냐 아냐~" 앞을 막고 선다.
"누가 보면 우리 원조교제 하는 줄 알려나~?"
"아고 아부지 아녀 아녀~, 누가봐도 아빠 딸인 줄 알걸~ㅎ"
"그냐~?......." 마침 벽에 거울이 보여 나란히 서 봤다.
"봐~ 닮았잖아~~맞지 맞지~?" 광주 "타짜"개봉관에서
큰애와 나란히 앉았던 이후 달포만에~~.
"그 영화 볼만해~,엄만 재밌을거구 아빤 그저 그럴려나~!"
여지없이 이번에도 둘째가 후렴을 넣어준다.
늘 그래 왔듯 영화관람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 만은
신혼(3년?)빼놓곤 거의 자의에 의해
영화를 본일이 없는 듯 하다.
형님이나 누나가 불러내 함께 간다던가
애들따라서 아니면 우연찮은 기회를 따르는 정도였으니
많아야 1년에 서너차례 그렇게 반백의 세월턱을 훌쩍 넘어섰다.
생각지 못했던 영화관람의 초대,
세상 삶을 통한 문화생활 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유치하고 졸속의 흥행성만 부추기는 한국영화에 대한
내 궤변이 여지없이 고개를 숙이던 시간,
가까이 지내는 이웃의 일상을 통해
허둥대며 뒤따라 가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 잊어버릴지 모르는 내 기억을 되찾기 위해
오늘의 흔적을 남겨 놓고 담엔 꼭 내가 먼저 제안을 해야겠다ㅎㅎ(*)
미녀는 괴로워 중에서 "마리아"/김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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