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욱큰아빠 조회 42 10.02.07 14:55
기욱아
거기는 여기보다 좀 더 춥지?
너 입대한다고 가족 송별회한 날이 벌써 일주일 전이구나
말 많은 네 아빠가 좋은 말은 다 해서 나야 할말이 없지만
삐지기 대장 네 아빠가 큰 아빠라는 사람이 조카한테
편지 한통 쓰지 않았다고 또 삐질까 겁나 손가락 아픈 것
참아가며 자판을 두드린다.
송별회 날 장황하게 읽어가 가는 네 아빠의 송별사가 너무 길어
경청하는 사람이 없다고 웃는 세라 누나 때문에
입대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밤잠을 못 이루고 썼는데,
그런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웃는다고 삐진 네 아빠
세라누나 말에 의하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다 하더구나.
솔직히 말해서 너도 그 송별사가 너무 길어 지루했지?
본론으로 들어가자
늙다리 구세대 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큰아빠가 군대 생활하던 60년대 후반에는
식사시간에 김치만 주어도 특별식이라고 감격했고
밥은 언제나 양이 적어 위가 큰 병사는
밥 한 숟가락 더 얻어먹으려고 기웃거리다 정강이 차이면서
운이 좋아 한 숟가락 더 얻어먹으면 꿀맛 같은 행복이고
신발은 천으로 만든 통일화로 겨울철 연병장 제설작업하면
물이 스며들어 발이 꽁꽁 얼어 동상에 걸리고
큰아빠 복무했던 춘천의 샘밭은 물이 적어
물 한 대야로 선임부터 후임까지 다섯 사람이 발을 씻는 악조건에서도
36개월 동안 복무를 했단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의 군 생활은 호화판이지..
그래도 응석부리던 부모 품보다 못하겠지만,
진정한 남자로 앞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초석을 다지는
수련의 시기라 생각하고 멋진 대한의 사나이로
동료 병사와 서로를 보듬으며 더불어 방법을 익히기 바란다
요즘 큰아빠는 달콤하단다.
왜? 몇 칠 후면 설날인데 너에게 줄 세배돈이 굳어서..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김기욱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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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욱큰아빠 조회 28 10.02.09 00:17
호반의 도시 춘천
춘천이라는 도시는 큰아빠에게는 까나리액젓 같은 역겨운 추억과
아몬드초콜릿 같은 고소하고도 달콤한 추억이
비빔밥처럼 뒤섞인 곳이란다.
장식품처럼 관물다이에 전시된 고참병의 워커를
날마다 유리알처럼 광을 내 닦아야 했고,
밥이 소복이 쌓인 고참병 식판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쓰린 가슴은
PX에서 아무도 무르게 산 곰보빵을 품속에 숨겨,
푸세식 화장실에 엉덩이를 까고 앉아 게걸스럽게 먹던 추억과
호반의 도시답게 물안개가 유난히 많이 내리는 겨울 날,
앙상한 가지마다 하이얀 물안개 눈꽃이 아름답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고참병으로 들어서던 상병 때부터는,
춘천성심여대(지금은 성심여대 타 지역으로 이전한 것이다)생들이 많이
모이는 중앙동 빅토리아다방과 여주인이 서울 모 음대를 졸업했다는
음악다방 예맥에서 100원 짜리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여대생과
어떻게 한번 해 볼까하고 시집을 읽으며 온갖 폼 다 잡았고,
(40년도 넘은 옛날이라 지금도 빅토리아 다방과 예맥다방이 있는지 모르겠다.)
육림극장과 공지천 호반에서 미팅을 했던 아스라한 추억이 엉킨 춘천
큰아빠가 3년 동안 온갖 추억을 쌓으며 군 생활을 했던 그 춘천에서
기욱이 네가 군 생활의 첫 걸음을 내 디딘다니
너와는 진한 전우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네 아빠는 해군, 정민이 형은 공군, 대선이 형은 전경, 인선이 형도 해군
너와 나는 육군.
해군이나 공군이 어디 군대냐? 그래도 군대라면 육군이 군대지.
장한 대한의 육군 훈련병 김기욱.
엄살과 걱정이 심한 네 아빠와 엄마니 때로는 힘이 들고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해 낼 수 있을 정도의 훈련이니
너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힘들고 어렵다고 불평불만 하지 말고
밝은 표정으로 할만 하다고 전해 주기 바란다.
이제 그 지겨웠던 폭설과 추위도 물러갈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
이 시간에도 국방부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니
태양처럼 밝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 올 날이 가까워진다.
대한민국 육군 훈련병 김기욱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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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욱큰아빠 조회 31 10.02.10 22:32
제주 성산포에서 전하는 꽃소식은
노란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고 남쪽 바다를 건너오는데,
진부령 넘어 강원 산간에는 폭설이 내린다는
기상캐스터의 경직된 일기예보에,
용대리 황태덕장에는 열병식장 병사처럼
이마를 나란히 한 황태들까지 경직된 몸으로
아직도 먼 고행의 행적을 더듬어 가니,
강원 산간에서 훈련 중인 병사를 둔 가족들 가슴은
빙점아래서 얼어붙은 밤이다.
마음이야 제주의 꽃향기 품은 훈풍을
한 자루 담아 네 시린 손끝은 녹여주고 싶지만,
동료들과 하나 된 몸과 마음으로
건강하게 훈련에 임하라고 말로만 위로하고 다독인다.
건성으로 훑어본 을지신병하나대대 카페 메인화면으로
큰아빠는 지금까지 네가 춘천에서 훈련받고 이는 줄 알고
말도 안 되는 춘천이야기만 늘어 놨다 이점은 네게 쪼끔 미안하다.
사진첩 사진을 보니 실내에서 훈련을 받는 사진도 올라와 있던데
눈이 많이 내리면 실내에서 훈련을 받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놓이고 좋으련만.
그래도 훈련은 훈련이라 고되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60년대, 70년대 군대에 비하면
휴양소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과 같으니
고생을 고생으로 알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훈련에 충실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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