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화를 그리는 어머니***
정읍시 말고개 너머
정다운병원 204호실 여덟 개 병상은
명부전 탱화처럼 정숙하다,
반추한 생애를 천진한 붓끝으로 덧칠하며
어머니가 그리는 탱화에는 잠실이 있다.
네잠을 자고 섶에 오르기 직전 누에처럼
온 육신이 마알간 투명한 정신세계
섶에 올라 비단 집을 짓기를 소망하는 것은,
살아온 세월의 길이만한 깊은 지혜가
명아주지팡이에 잎이 돋기를 기대하는
거품같은 허망한 꿈이라 체념했다.
체념은 감정선 가지를 잘라내
올 고른 햇살로 빚은 꽃향기를
한 아름 안고 들어서도,
정강이까지 차 오른 옹골차게 알싸한
바람 묻은 눈가루를 머리에 이고 들어서도,
누구도 고개를 돌려 보지 않고
감정을 초월한 눈동자로 무상을 그린다.
계절과 소통이 단절된 표정 변화가 없는 얼굴
촉수가 더듬는 우주는 미로가 된 잠실 안
헝클어진 시간과 경직된 공간이지만
놓기에는 여운이 남는 아까운 목숨
탱화를 그리는 무념 화필을 잡은 4년,
어머니는 오늘도 목숨의 타래를 풀고 있기에
내 이마는 자궁속보다 아늑한 위안을 받는다.(*)
*글/영진일가 장남,장현지여사 장남 심인(尋人)/김종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