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토종씨암탉

허석(虛石) 2015. 10. 1. 21:28
20150927~29 첫 친정나들이
추석전날 오후,

대뜸 십리 밖 장소 지정하며 토종씨암탉을 사 오라는
김여사의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요즘 애들 삶은닭 안 좋아혀...먹을 것도 많은데~!"
"처갓집 오면 닭 한마리는 삶아 줘야 한데~.."
"에~이... 한여름도 아니고 추석에 왠 닭이여...
당신이 사다 삶아 먹이든 볶아 먹이든 알아서 혀~"
"좀 다녀오라니까....~"
"누가 그따위 소릴 해?"
보다못한 기욱이가 곁에서 한마디 거든다,
"엄마! 그냥 치킨 한 마리 시키면 안될까?
그게 삶은 닭보다 훨씬 더 맛있는디~~"
"이 자식이~~~"

산드리 결혼식 후, 딱 2주만에 집에 왔다.
신혼여행 일 주, 그리고 신혼 일 주만인 추석날 오후에~,
시댁에서 챙겨 들려 보낸 버거운 보따리 외,
신혼여행길 선물부담 느낄까싶어 아무것도 사오지 말랬더니
이번만큼은 정확하게 아빠말을 잘 듣는 딸...ㅠㅠㅠ

차리고 먹고 또 차리고 먹고, 자고 일어나 또 먹고,
또 자고 또 먹고, 베란다에서 거실에서 또 식탁에서~,
2박3일 한치 오차없이 진행된 김여사의 프로젝ㅌ~ㅠㅠㅠ,

못가는 건지 안 가는건지, 다 가는 데 언제 가냐며 보채던 울집 김여사
구멍뚫린 빈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처럼 허전함이 역력한 시린표정이다.

다 제 갈길 떠난 이틀 후,
음식물쓰레기 대형봉투를 챙기는 김여사 뒤에서
"나 씨암탉 사러 안 가길 잘했지?"
"......"

"김여사~! 요즘 노사연의 바램이 대세던디 한 번 들어볼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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