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20150927~29 첫 친정나들이 추석전날 오후, 대뜸 십리 밖 장소 지정하며 토종씨암탉을 사 오라는 김여사의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요즘 애들 삶은닭 안 좋아혀...먹을 것도 많은데~!" "처갓집 오면 닭 한마리는 삶아 줘야 한데~.." "에~이... 한여름도 아니고 추석에 왠 닭이여... 당신이 사다 삶아 먹이든 볶아 먹이든 알아서 혀~" "좀 다녀오라니까....~" "누가 그따위 소릴 해?" 보다못한 기욱이가 곁에서 한마디 거든다, "엄마! 그냥 치킨 한 마리 시키면 안될까? 그게 삶은 닭보다 훨씬 더 맛있는디~~" "이 자식이~~~" 산드리 결혼식 후, 딱 2주만에 집에 왔다. 신혼여행 일 주, 그리고 신혼 일 주만인 추석날 오후에~, 시댁에서 챙겨 들려 보낸 버거운 보따리 외, 신혼여행길 선물부담 느낄까싶어 아무것도 사오지 말랬더니 이번만큼은 정확하게 아빠말을 잘 듣는 딸...ㅠㅠㅠ 차리고 먹고 또 차리고 먹고, 자고 일어나 또 먹고, 또 자고 또 먹고, 베란다에서 거실에서 또 식탁에서~, 2박3일 한치 오차없이 진행된 김여사의 프로젝ㅌ~ㅠㅠㅠ, 못가는 건지 안 가는건지, 다 가는 데 언제 가냐며 보채던 울집 김여사 구멍뚫린 빈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처럼 허전함이 역력한 시린표정이다. 다 제 갈길 떠난 이틀 후, 음식물쓰레기 대형봉투를 챙기는 김여사 뒤에서 "나 씨암탉 사러 안 가길 잘했지?" "......" "김여사~! 요즘 노사연의 바램이 대세던디 한 번 들어볼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