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1 둘째"달해"가 스물두해전 내곁에 왔다.
"분명 아들이겠지, 어허~ 이런 일도 다있네~" 그래도
큰애땐 별 부담이 없었었다.
아내는 평소 육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돈가스가 먹고 싶다 하여 시내에서 젤 근사한 곳에서
저녁식사를 끝낸 후 밤에 잠깐 산기를 느끼다가 새벽녘엔
곤히 잠든 모습을 보였다.
아침에 다시 산통이 시작되어
둘째를 맞기 위해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입원수속을 끝낸 다음,
빠트린 배냇저고리 등 몇가질 챙겨오기 위하여 집에 잠깐들린 후
다시 택시로 10분 거리의 병원으로 서둘러 갔다.
병원에 막 들어서는 순간 씁쓸한 표정으로 입구에 앉아 계시는
엄니의 표정.....
"또 딸이란다~~~!!!"
"건강하데요~?"
"뭐 별일있겠냐~~"
오늘만큼은 아니지만 아침 바람이 차게 느껴졌다.
그렇게 둘째는 내 곁으로 왔다.
그날 밤,
난 뚝배기 가득 미역국을 아내대신 꾸역꾸역 쑤셔넣고 있었다.
집안내력은 분명 아닌데 큰놈에 이어 내리 편식이 심해
지 엄마 맘 고생을 시킨 것 외엔
야무지고 당찬 만큼 고집도 세고 또래 사내들 물어뜯고
쌍코피도 터트리며 잘 커줬다.
다섯살 터울 터도 잘 팔아준 둘째,
내리 줄 반장에 중학교 3학년 삼성전자와 성균관대학 주최
창의력 경시대회(컴퓨터)에서 입상경력과 함께,
잘하는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이 되었던 둘째,
시내 모든 고등학교에서 스카웃 제의로 사는 재미 느끼게 하며,
피아노 운동은 물론 내리 아빠 보다 조금 더 공불 잘하는가 싶더니,
결국 젤 친한 친구가 서울대학에 입학했다고 좋아했던 놈,
그놈 생일이다...............(계속)
"낼~ 우리딸 생일인데 일찍 와라 밤에 생일 파티하자~"
"오늘은 친구들과 약속있는데.. 낼 갈게요.. 아빠~"
"아침에 미역국이라 함께 먹자"
"낼 밤에 먹죠 뭐~, 참 내 생일선물 뭐 해줄거야~?, 신발사줘~"
바깥바람이 심하게 분다 아마 눈이 내리려나 보다.
토요일 오후,
온 가족 저녁이라도 함께 먹자고 전화했더니 아직도 광주란다.
어제 불던 바람이 가실 것 같지 않다....(*)
(둘째가 현장에서 핸드폰 디카로,,,약간 조잡하게 나왔음ㅎ)
저녁 7시 다된 시간에 평소 가깝게 지내는"삼사모"회계겸
총무에게 전화했더니 벌써 저녁식사를 끝냈단다.
늦게 도착한 녀석 때문에 결국 조촐한 내 식솔들만의 자리,
목살,항정살 쪽으로 시선이 가는걸 아낸 금방 알아채며
메뉴판을 휘딱 낚아챈다.
"다른 곳에선 맨날 비싼거 먹지~? 딸한테도 한번 쏴 보시지~"
"~~!..그러자~에~휴~...",
식단 젤 윗 쪽에 있는 안심추리를 시켰다.
"맨날 울딸 생일이면 좋겠네~ㅜㅜㅜ" 살찐다고 혼자만의
걱정의 소리 금새 잊고있는 아내 표정이 모처럼 밝아 보였다.
달포 전 내 생일날,
돼지갈비 시킨걸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울에 있는 큰애 산들이마져도 잊고있는건 아닌지....
(날 많이 닮은 큰딸 산들이~,밥이나 잘 챙겨먹는지..)
저녁식사를 끝낸 후,
집에 오는 길에 후환이 두려워 제과점에 들렸다.
"생크림으로 촛불은 스물두갭니다~,작은 걸로 주세요"
"케이크는 괜찮은데~,그냥 간단히 신발 하나만~"옆에 바짝 달라붙은
둘째에게 눈만 흘겨 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거실에서 상을 펴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신평리다~ 이천에서 세정이랑 다 왔는데~, 올래~?"형님 전화였다.
"오늘 달해 생일이라 지금 케이크 자르려고 하는데요~"
"~~~~"잠시 멈칫 왁자지껄 잡음소리에 귀가 따갑다.
"기다려 우리 다 너희 집으로 간다~" 뚝,
잠시 후 엄니를 선두로 큰댁식구와 누나 내외분까지
평소 넓게 생각했던 거실이 좁게 느껴졌다.
"어찌, 너희들 오랜만에 작은집에 오면서 빈손이냐~?" 내 말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작은아빠 말이 농담인 듯해도 다 뜻이 있는 말이다,
너희들 시댁에서 어른 찾아 뵈올 때 절대 그래선 않된다" 누나가
내 말에 무게를 보태자 때를 놓칠리 없는 찬스에 강한 울 엄니,
"그래 애비허고 너그 고모말이 맞다~"
"아따, 우리 멋쟁애 작은아부지 제 술 한잔 받으시지~여"
어느새 장식장에서 양주 한병을 꺼내 들고 다가앉는 큰 조카사위,
"에휴~,젤 비싼건데 이놈이~~~(속으로만)"
집에 있던 복분자 한병(大)과 양주 한병을 마파람에 개눈 감추듯
해치우고 한참을 정신 못 차리게 떠들다가 자정이 다 되어가는데
지네들끼리 별도 이벤트 행사가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엄마~ 고모가 생일선물 못 사와 미안하다며,
나 2만원주고 기욱이 만원 줬는데~...."
"그래도 너희 고모가 경운있어야~~"거실 마포질을 하고있던
아내의 손이 빨라진다ㅎ(*)
"아빠~ 이번 새배 돈은 내가 관리하고 싶은데요~"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미명아래 제법 수입이 짭짤했던 아들놈.
지 사촌누나 다니는 농협사무실에서 별도예금 통장에
현금카드까지 챙겨 꼼꼼하기가 자린고비 버금가는 놈에게,
"기욱아~ 누나생일 뭐 해줄거야~? 안 해줘도 괜찮은데~"
"저번에 머리핀 사 준다 했지~, 비싼거 말고 싼거로 해~?"
멈칫하더니 결국 지 누나 꼬드림에 금새 넘어간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반값이다, 삼만원이면 넘 부담되겠지~?"
아들놈 표정은 영 아니지만 결국 통장 비번을 알려 주고 만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