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심한 놈입니다 ♣
우리집에는 전기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밤이 돼도 어두운 줄 모르고 삽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텔레비전도 있습니다.
흑백도 아닌 컬러 텔레비전이 두 대나 있습니다.
가만이 앉아서도 희안빵하게 화면과 볼륨도 조절됩니다.
주방 수도꼭지에서는 사시사철 따뜻한 물도 나옵니다.
지난 군(軍)훈련소에서 밥만 많이 주면,
그리고 해양빵만 원없이 먹을 수 있다면
군대 짱박을까 생각했었던 놈이 지금은 만날 쌀밥만 먹고
가끔은 자장면도 집으로 시켜다 먹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선풍기보다 더 찬바람이 나오는 에어컨도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냉장고도 있어서 아무 때든 뱃속까지 시원한
얼음 냉수도 마음대로 마실 수 있습니다.
새끼들 셋 모두 자동차 1종 보통면허에
아들놈은 16단기어 자전거를 누가 끌어 가면 어쩌려고
어찌나 이 놈 통이 큰지 열쇠도 안 채우고 다닙니다.
하마터면 빠트릴 뻔했습니다.
우리 집에 전화기도 있고, 연예인이나 갖고 다니던
카폰보다 더 좋은 핸드폰도 가족 모두 다 갖고있습니다.
참, 화장실도 수세식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정말 잘살고 성공한 것 같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환한 불이 들어오는 곳에서 살 줄,
호롱불 밑에 살던 놈이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흑백도 과분한데 컬러 텔레비전까지
우물가에서 기다리지 않고 두레박으로
양철동이 가득 길어들일 우물물만 있어도 좋았는데,
찬물 따뜻한물 펑펑 쏟아지는 곳에서 산다는 건
바로 내 꿈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초가집만 보고 구들장 등지고 살던 놈이 푹신한 침대에서
애들 방도 따로 주고, 국민학교 때 가까이 보기도 힘들었던
풍금보다 훨씬 더 좋은 아 글쎄~ 피아노도 있다니까요.
에어콘이나 냉장고는 아예 내 상상부분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버스한번 타기 힘들어 중 고등학교 왕복12km를 걸어다녔는데
아내와 큰 딸램까지 자가용을 세 대씩이나 굴리는걸 보면
바로 천국이 이런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불과 40년 전 내 꿈보다 이렇게 더 큰 꿈을 다 이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성공한 삶인데,
그런데 지금 난 뭘 더 움켜쥐려고 이렇게 버둥거리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나는 참 한심한 놈입니다....~(*)
또있었네~,차한잔만 마주놓고 앉아도 편안하고 좋은이웃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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