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논

생일 빵

허석(虛石) 2006. 8. 26. 23:12

 

 8.26일(공달 칠월초사흩날)토욜날

지난 5월 둘째조카 결혼식 이후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한자리에 앉았다.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큰댁 조카들이 이천과 전주에서 내려와

마침 누나네 애들까지 모인김에 조카애들이 자리를 마련했다.

젤 끄트머리 큰놈 산들이의 빈자리가 허전하다.

 

 늦게배운 도둑이 날샌지 모른다고...서른다섯까지 고집하더니

결혼식 다음날부터 입덧이 온 조카,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금새 알 수 있단다

아들같다는 천기를 누설한 산부인과 의사 말에,

 

 딸이길 바랬는데 아들이라는 소식이 별로라면서도

큰아들 몫을 다한 듯 입이 귀에 걸리는걸 보면..허세와 넉살이려니 싶다.

지금 그 마음 조카에게 사랑으로 다 쏟아주었으면,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기욱이는 할머니 곁자리에 앉아 차곡차곡 배를 채운다...

"오늘이 내새끼 생일이여~?, 칠석날잉게 지났는디..양력이라 난 잘모르것다~"

엄닌 막내손주의 그 모습이 어지간히도 이쁜지 자꾸만 기욱이 앞으로

음식을 가져다 놓기 바쁘시다..

그 옆 뒷쪽의 전기 콘센트가 불안해 보인다.

 

 

  "뿌~지~직~~팟~"

그렇게 먹어댈 때 부터 알아봤다.

기욱이 몸을 뒤로 제끼는 순간,

에어콘 연결 전기콘세트 누전에의한 합선으로 생일빵을 야무지게 치룬 기우기~

"야~얼릉 119불러~"

"아빠 먼 119여 암시랑 안커만~"

산들이가 정성으로 사서보낸 T셔스에 불구멍이 뻥..그리고 등이 약간 데인듯.....

둘째 달해는 즉각 서울 산들이에게 전문, 상황설명.

연신 미안하다고 허리 굽히는 쥔장 뒤로하고...............

 

  2차 자리를 집으로 옮겼다

"얼릉~, 기우기 삼촌집 고슴도치 보러가게~" 조카손녀 연우의 보챔으로

둘째 조카사위가 준비한 케잌을 들고 열일곱번째 맞는 기욱이 생일파티를 위해...

                

  생일케익 나눔하고 아껴둔 양주까지 꺼내놓고,,,,,,,,

"처남 자네가 노랜 쪼금허긴허는디 내노래에 비허면 그건 노래도아니지..~,

오늘 내노래 들어볼래~?" 조카들은 눈빛 오가며 지네들끼리 뒷풀이를 계획하고

있는듯 한데 눈치채지 못하고 노래방을 고집하는 매형의 의견은 아무도 귀담아

듣지않는다....

"기욱아~, 오랜만에 할머니와 사진한장 찍을래~?"

 

1921 신유(辛酉)년 섣달 열이렛날에오신 엄니,

1940 스무살 경진(庚辰)년에 아부지 만나,

1957 서른일곱 정유(丁酉)년 정월에 막내로 날 낳으시고,

1990 일흔되던 경오(庚午)년 칠월칠석날에 막내손주 기욱이 첫만남에서,

 "내강아지 국민학교들어갈 때까지 내가살려나~..!!!"

지금까지도 부처님 공덕으로 칠석날에 기욱이를 주셨다고 고집하시는 울엄니,

 

"기우기 대학들어갈 때 까지는 내가 살아야 헐턴디...."

"엄니, 앞으로 10년만있다 스물일곱에 기욱이 장가보낼건데,

그때 기욱이 여자친구 델고오면 엄니 차고있는 금시계 물려줄겨~?"

"망칙허게 내가 그때까지 살어서쓰것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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