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하는 아들에게(2)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오늘은 서두부터 쬐끔 폼나게 멋진말로 시작하자, "분별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그 고장의 풍습을 배워 그것에 따르려고 노력한다.
그 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 적응력이다.
순간적으로 그 장소에 적합한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진지한 사람에게는 진지한 표정을 할 수 있고,
쾌활한 사람에게는 밝게 행동하고,
시시한 인물에게는 그저 적당하게 상대를 한다.
이러한 능력을 몸에 익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아빠 말이 아니라 필립 체스터필드의
"내 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중에서 빌려 온 말이다.
이 말대로 우리 아덜은 당연히 그러리라 믿고^^
단, "시시한 인물에게는 그저 적당하게 상대를 한다" 는 건 금물이다.
군대에서 시시한 상대란 네 앞에 단 한 사람도 없단다.
다 너처럼 귀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귀한 인물들 이란다. 
↑↑이틀 준비한 송별사를 읽는데 주위가 산만하다, 기분이 겁나게 안 좋다~
아빠 군대있을 때 한 후임이 세면장에서 세수를 하다
얼굴과 머리에 잔뜩 비누 거품 질을 하고 있는데,
선임이 들어오자 "동작 그만" 그 자세로 자리를 양보하는 걸 봤다.
그 후임은 그 날 이후 다 열외, 이렇듯 군대는 수단이고 방법이란다.
선임은 아빠와 동격이다 그냥 모두 다 따라 주고 무조건 받들어라,
선임의 말은 진리고 생명의 말씀이려니 그리 생각하고 다 들어줘라,
자존심 상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 인격에 누가 됨도 아니란다.
그러는 널 더 인정해 주고 인격적인 대우와 내무생활 또한 편해진다.
군대란 획일적이고 황량하고 메마른 생활이 될 수도 있겠지만,
힘들고 짜증스러울 땐 체념과 포기로 너 혼자만이 느끼는 구속과
제한된 생활이 주어지는 게 아닌 만큼 그럴 땐 차라리 즐겨 버려라.
훈련이 엄마얼굴과 널 끔찍이 좋아해 주던 두 누나의 얼굴들 틈새에 이 아빠의 모습도 잠깐 떠올려 보렴 그럼 그 힘듦도 조금은 덜어질 게다.  ↑↑엄숙한 분위기 잠깐,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 아들아~!
아차~, 훗날 송별사에서 이름누락으로 지탄이 될까 싶다,
할머니,큰 아빠와 큰 엄마,고모와 고모부,세라누나,세희누나,세정이누나,
세 매형 및 정민이형,대선이형과 형수,자영이누나,인선이형,
그리고 조카들 일곱 명까지 다 한 번쯤은 떠올려 보렴~ㅠㅠ,
에구~... 엄마 서운해 할라~ㅠ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그리고 외갓집 식구들도 다, 이제 빠진 사람 없지?
아들아~!!
지금까지 자유 그 자체를 마음껏 만끽하던 네가 명령이란 도구로 꽁꽁 묶인
통제된 군 생활을 잘 이겨낼까 이래저래 걱정도 되지만 잘 견디리라 믿는다.
퍼뜩~, 老子(노자)의 사상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이있다.
물을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물은 한없이 변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단다.
네모난 그릇에 넣으면 네모로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게 변한다.
그러나 물을 쏟아 보면 언제나 본래의 성질을 가지고 있단다
다투지 않고 바위나 장애가 있으면 다툼을 피하여 돌아서 흐르는
부쟁(不爭)성품을 가진 물처럼 그런 유(流)함과 너 다운 성실함과
친화력을 접목하여 군 생활을 해간다면 힘든 고통이 찡한 감동으로
훗날 너의 가슴에 자랑스럽게 새겨지길 이 아빠는 바란다.  ↑↑아흔살 엄니생신겸 욱이 송별연~,고기하면 울엄니,많이 드시고 힘내세요~!
또한 낯선 환경에 긴장 되겠지만 너무 두려워 말고 편한 마음으로
입대하여 너무 앞섬도 뒷 처짐도 없이 건강한 군 생활을 잘하기 바란다.
주어진 2년, 네 인생의 헛된 시간이 아닌 알찬 알갱이를 건져 내는
귀한 시간으로 기억되도록 네 계획(공부)도 잘 챙겼으면 좋겠구나.
널 기다리는 엄마와 가족모두를 위해 건강하게 군복무 잘하기 바란다.
끝으로 오는2월2일부터 훈련소에서 함께 할 동기와 그리고 군 생활 중
너와 함께 할 모든 전우의 앞길에 영광과 주님의 은혜가 함께 하길
우리가족모두 기도하마, 건강히 잘 다녀오렴 아들아~!, 사랑한다~(*)
***2010년1월30일밤 엄니 여든 아홉번째 생신 및 욱이 군입대
가족 송별연에서 간섭 많아 니가 늘 귀찮아 하던 아빠 쓴다***
*이런저런생각에 뒤척이다보니 벌써 내일이구나
어제 함께한 서로 등밀어주기 뻑뻑했던 아빠 뒷목이 다 풀렸다
자~ 울 아덜 내년 12월까지.......아자아자~ 팟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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