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우화정일기

허석(虛石) 2016. 2. 26. 11:13
2.16~26

날개가 돋아
남쪽 신선봉 너머로
봄 채비하는 우화정 찾아
사각사각 새벽 첫길 달려왔더니,


봄의 흩날리는 꽃잎대신
흐드러진 눈꽃만이 나를 반긴다(*)
(20160226 동 트는 우화정에서)

긴 세월 그 자리에
제자리 지키려면
그 방법 물어 봤더니,

그냥 있으란다,
아무 말 말고 애간장 다 녹아 내려도
그냥 있으란다(*)
(정월대보름 내장산 대물 앞에서)

선잠 깨우는 새벽 예불소리에
깊은 잠보다 더 깊은 고요.

새봄 정월 열 이틀
새 아침의 먼동은
우화정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20160219 새벽 내장산에서)


이른 아침 내장산 오름길
나를 위해
먼저 길을 내준 고마운 그 사람.

그 사람을,
또 다른 그 사람을 위해 
내려가는 길 만들어 봤다,

나도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고 싶어서~(*)
(20160216이른 아침 내장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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