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열흘일기

허석(虛石) 2016. 1. 27. 16:16
열흘일기
청춘남녀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열 달,
거의 매일 쉬는 날 없이
서로의 교감을 자기잣대로 가늠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첫 키스 순간 와락 끌어 안습니다.
열의 아홉은 성공
그런데 말입니다. 꼭 한놈 정도는
귀싸대기를 쳐 맞는 놈도 있습니다.
그런 놈에게
관계관심의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태 뭐했다냐 그렇게 붙어 댕기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병신같은 놈~"(*)
(20160118 어둠 깔린 시간에)

왠걸 우화정은 아직 일러
연자봉으로 내리는 햇살은
따사로워 보이는데.
내려놓기 힘든 거 내려보니
별거 아닌 거 같고, 놀아보니 놀만한데.

간간이 불어보는
살을 에이는 찬바람에
내 두 귀가 아리다
귀마개를 할까??!!(*)
(20160122 이른아침)


차안 온도계는 영하9도
바깥 체감온도는 영하19도 쯤
며칠 추위 오늘에야 실감한다.
어제는 오후 반나절
귀마개하고 금산사 오름길을 걸었다.
그냥 좋은 척 편한 척 했다.
오늘부터 시린 세상을 향해
안대로 대항해 볼까?
그럼 쩌기 저 풍광을 어찌할꼬...(*)
(20160123아침 내장산 단풍터널 앞에서)

무모한 짓이라 합니다.
포기하라 합니다.
고집 피우지말고
안 되는 일에 집착 말랍니다.
1982년6월
하숙비 가지면 함께 할 수 있다며
3만 원 사글세 방에서
"직장있어서 밥은 안 굶길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던 아내입니다.

1977년 내 방황 때부터
지금까지 한 길 걸어온 아내에게
무모하게 보일지 몰라도
길은 내 줘야 겠다는
당당한 내 작은 고집입니다.(*)
(20160124 이른 아침에)

내장산 우화정에는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어려운 길 만류합니다.
가 봐야 얻을 게 뭐 있나며,
그냥 조용히 있자 합니다.

가는 길,
혼자가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끌어 주는 사람도	
뒤따르며 밀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잠깐 멈춰,
앞 뒤 옆을 봅니다.
길은 험해도 가는 길은 가야한다고.

다 왔다 하는 순간,
한 길 농협농촌에서 같이 왔던 친구였는데,
갑자기 큰 괴물로 변해 앞을 막고 있습니다.
예서 멈출까, 되 돌아 갈까,
아님 내려 기어서라도 갈까!!!(*)
(20160124아침 우화정 가는길에)

둘째의
"아빠선물 내용은 비밀~"
기대감 잔뜩,
가재는 게 편
정말 두 귀 덮으랍니다.

택배포장 뜯는 시간 3초
그 시간에 다 읽었습니다.
내 새끼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리고 덤, 입마져 닫으라네요.
자식 이기는 부모없다는데
이렇게 눈마져 감을까요?(*)
(20160126 해질녘에)

그리고 조금 전 또 하나의 택배,
두 손 장갑 속에 묻고 가만히 있으라는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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