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우리큰딸 '산들'아!, 너 중3 때 공부 안 한다고 윽박지르고 고2 때 교복 줄여입었다고 "너 당장 집나가~" 소리질러 미안했다.
2002년 대학입학 일반가정 아파트 작은방에 주방 함께쓰는 불편함을 감수해 준 그 기억이 오래 남는구나, 첫 직장잡아 이모집과 고모네 사촌들과 반 더부살이하며 모두 잠든시간 새벽별보며 출근하던 너의 뒷모습을 보며 직장옆에 널려있는 오피스텔 하나 못 얻어줘 미안했었다...
내둘째 '달해'야! , 너 중3 때 머리핀 많이 꽂았다고(30개 정도?) 머리채 잡아 미안했고,
2004년 대학교 서울 2류라도 보내줄 걸 "1류 아니면 굳이 서울로 갈 필요없다" 는 아빠 고집따라 지방국립대 지원하게 해 미안하다. 학교 앞 월세 22만 원 게딱지 쪽방 4년~,
"그런식으로 공부한 널 국가가 필요로 하겠니?" 겉으론 늘 자신감에 밝은 얼굴 보였지만 20대 청춘을 애태우며 그렇게 보낸 너에게 생각없이 상처줬던 말 많이 미안하구나...
(그래도 산들이 고1 달해 중2 때, 둘이 소근소근 아빠가 입어도 큰 힙합 펄렁바지 아파트통로 소화전에 감춰두고 번갈아 입고다닌 거 알면서도 모른척 해줬단다, 너흰 몰랐지?ㅋㅋ)
막내아들 '기욱'아!, 너 초등학교 5학년 때 디카 들이밀며 웃지않는다고 귀뺨날려 미안했고, 고등학교 들어서 갑자기 "이제 아빠랑 목욕탕 같이 안 가" 그 말에 "나쁜 자식~" 이라며 화내고 욕까지 해 미안했다.
용돈도 팍 팍 주지못하면서 가끔 "사내 자식이~ 아빠는 니 나이 때~~..." 잔소리~, 공과대1년 마치고 2010년2월6일 군입대하는 날, 눈보라치는 춘천 102보충대에 들여보내며 병역특혜를 줄 수 없었던 아빠의 무능함에 미안했고,
대학졸업과 동시 취업 후 14개월만에 재취업길 찾는다 했을 때 아무런 도움의 말도 못줘 미안했다.....
요즘,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오는 2월2일 첫 출산을 앞두고 있는 큰애 '산들' 이가 즐겨쓰는 말...
"오빠는 내가 그렇게 좋아?~" 두 달전 양가 상견례 후, 올 가을쯤 혼삿날 잡기로 한 둘째 '달해' 멘트...
"응~ ... 나 지금 독서실이야 왜?" 용돈도 다 바닥나 주말데이트마져 버거울 막내 '기욱' 이와 요즘 소근대는 대화 내용이다...
산들, 달해, 기욱아!
가족이란 인연으로 만나 미안함보다 고마움이, 어려움보다 기쁨으로, 불편함보다 행복함이 더 많았던 시간들...
지금 당장 현실 풍요의 갈급한 맘에 앞서 알콩달콩 예쁜 사랑안에서 하루 하루를 차근한 준비로 채워 가는 게 더 값진 게 아니겠니?
더도 덜도말고 너희 삼남매 수족지애(手足之愛)는 딱 지금만큼만 이어가며~...
엄마생일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큰사위 생일과 내생일을 기념하여 강화도에 1박2일 집합시켰더니, 꼼꼼한 정성으로 몇 날을 준비했을 너희들의 반짝 이벤트, 찐한 감동이었다. 진국인 두 사위도 고맙고~(*)
2016.1.14일 밤 카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