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 텃밭

♨그 여관을 찾겠습니다~!♨

허석(虛石) 2005. 9. 30. 14:31
    그 여관을 찾겠습니다~! 첫 만남, 이 세상에서 천사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만남, 말을 건 낼 때 눈길조차 마주하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 만남, 둘만의 만남을 약속한 날,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네 번째 만남, 내장산까지 걸어 비포장길을 왕복했는데도 말짱했습니다. 다섯 번째 만남, 봄 밤인데 왜 그리 떨림의 손바닥엔 땀만 흘러내리는지. 여섯 번째 만남, 신작로 길 뚝방에서 풀벌레 화음속에 첫 키스하던 날  나는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리고 3년, 해군신병훈련소 충북함 창원함에서 가슴에 품고있다  개구리 복을 받아 입던 날은 온 세상이 다 내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지금의 내 아내입니다. ******* ******* ******* ******* ******* ******* 3년이 지났습니다, 감미롭던 목소리가 잔소리로 변했습니다. 6년이 지났습니다, 불만투성의 얼굴에서 속았다고 생각했습니다. 9년이 지났습니다, 아들 낳고 나를 머슴으로 부리고 있었습니다. 12년이 지났습니다, 띠룩띠룩한 뱃살을 보았습니다. 15년이 지났습니다,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18년이 지났습니다, 내 눈에 콩꺼풀이 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21년이 지났습니다, 나의 사랑이 식어 있었습니다. 22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람은 그대로인데 내가 변해 있었습니다. 23년째 입니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살림 잘하고 아이들 셋 키우느라 눈가에 잔주름도 늘고 다리 결리고 허리까지 아프다는데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24년이 되는 날, 오랜만에 아내와 손잡고 그 때 거닐던 길  그 식당 그 영화관을 찾아보겠습니다,그리고 또 그 여관까지~(*) 허석/(虛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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