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휴가 기행문 설악에서~"
한바탕 비라도 뿌려 줄 것 같은 그런 날이 연일 되더니 오늘도 날은 여전히 어제와 같이 찜통같은 날이다.
"애들 셋과 그 동안 집안살림 하느라 정말 고생 많은 내가 휴가를 가야 된다~"며,
"나도 혼자만 휴가를 떠나고 싶어~, 당신만 애들 데리고 가지~!" 정말 맘에 없는 소릴 해대는 아내에게,
"당신없이 무슨 재미로 휴가를 가냐~ 그래도 같이 가야지~" 이미 아내는 이삿짐 챙기듯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어쩌면 내 성역 내 다섯 식구와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번만 내 소유욕 채우자며 두 달 전 설악콘도 3박4일 예약해 놓고, 산들이 내년 대학가면 MT니 뭐니 하며 함께 하기 힘들 거구, 혼자 남겠다고 지어미 닮은 고집을 꺾는데 한참.
"우리 인간적으로 대화하자, 우리가족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잖아~"
"아빠 나 고3 이야~" 흐~미~~...
"삼일만 쉬자, 산들아~ 응~!" 대가 급부 옷 한벌 사주기로 약속을 곁들여야 했다.
지난날, 하나뿐인 형님과 누이 가족모두 포함 열 대여섯 씩 배낭매고 쌀 자루와 수박 몇 통 들쳐 메고 애들 걸리고 업고서 지리산이고 무주구천동이고 많이도 다녔다.
비포장길 버스 타고, 등 밑에 부담스런 돌멩이 걷어 내고 모기와 전쟁치루며 야영하는 즐거움이 좋았던 시절, 한 10년 전쯤 집안식구 하나 둘 자가용을 갖기 시작한 시기부터는,
"이제 콘도나 호텔(?)정도는 돼야 휴가 가지, 야영은 못 혀~." 엄청 귀부인 같은 소릴 해 대는 아내.
삼년 전 지리산 가는 길에 남원에 들러 방 잡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장급 여관에 신세를 지게 되었는데, 그 날밤 에어콘이 고장났었나,
"아내와 가족 데리곤 이런 싸구려 여관이고~ 다른 여자라면 호텔로 가자고 했을걸 아마~"
"애들 앞에서 뭔 소리여~?" 그 날 이후 친구들 모임에서 일 년 넘게 나는 심판대에 올려 졌고
아내의 제안에 "마져 맞다~" 박수 치는 친구 놈들 속에서, 인간성 나쁜 놈으로 나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2001.7.26.06:20분이다 정읍I.C 진입시간이.
논산에 들어서며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싶더니 대전 지날 때쯤 에어콘 4단 그래도 덥다.
순간 시커먼 외제 승용차 한대가 앞질러 간다.
"저런 차는 햇볕도 안 들어오고, 저차 타고 다니는 놈 마누라는 속 좀 썩으며 살 거여~"
"누군 속 안 썩고 살았나~"
"뭐~, 지금도~?."
"모르지 그 속을~".
영동고속도로 진입 시간이 08:30분이다.
08:50 이천휴게소에서 아침식사, 쌀 맛 좋은 고장 이라며 애들 남긴 것 포함 아내는 싹쓸이 하는 근면성을 보인다, 그 모습이 예뻐 보였다.
이효석의 고향인 평창에 이르러, 허 생원과 물레방아간 이야기며 왼손잡이 아들을 발견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평창의 봉평장터를 배경으로 30살에 발표 후 서른 여섯 나이에 요절하고 구인회 등을 설명한다.
큰놈 "아빠! 구인회가 누구 누구야~?"
"야~! 삼 십년 전 인데 다 못 외우지~"
11:00정각,
지오이드 선으로 835m(해발)대관령에 오르며 맹모삼천지교와 함께 신사임당 이야길 하며,
"아빠는 아는 게 참 많지?" 이때 큰놈.
"기욱아~!, 우리집안 챗 3인방이 누구 누구인지 아니~?"
"할머니, 큰 아빠, 아빠 셋이다 아는 체 3인방이~"
"마저 마저~ 울 엄니 잘난체 허는 거 알아줘야 혀~" 아내가 맞장구 친다.
"울 어머닌 아는체 허는 게 아니라 유식 한겨~" 여름장마는 솟 잔등 사이로 온다나, 그런 소나기가 한줄기 지나간다.
11:27분 강릉이다.
12:12분 38선 지나 하조대 해수욕장을 끼고 오른다.
12:27분 양양 지나는가 싶더니,
아내는 6년 전 농협상무승진 시험합격과 함께 결혼 예물시계 과감하게 던지고 금장 갤럭시 손목시계를 사 주었다, 그 시계가 오전 10시 10분에 멈춰 있었다 차안의 계지판 전자시계 보다 꼭 두 시간 전에.
맘씨 좋은 시계 방 아저씨는 친절한 길 안내와 함께 삼천원만 받아 챙긴다.
13:30 숙소(농협 설악공제 수련원)도착,
"정말 농협 돈 많은 디~여, 춥네~ 추워~!" 콘도 전체가 냉장고 속이다.
어려운 농촌 현실을 감안할 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의 능력에 대견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준비해간 음식으로 점심을 떼우고, 16:30 설악산 입구만 들려 거리와 시간 측정 후,
17:00 낙산 해수욕장 이다.
바닷물도 모래 사장도 옛날의 낙산이 아니다,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게 하는 백사장 걸으며 사진 몇 장, 그리고 시내 관광 겸 "산들"이 약속과는 달리,
둘째의 T-셔스와 반바지 또 두집 걸러 쌘달 고르는데 한시간이 걸린다.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인내력을 극복하는 시간이었다.
지 맘에 쏙 드는 신발을 골랐다고 즐거워하는 둘째의 밝은 얼굴로 위안을 삼는다.
밤 열한시,
콘도 내 공짜로 대여하는 노래방에 사전 예약을 한 둘째가 한 시간 후 에 온다며 지 언니 그리고 동생을 챙겨 나간다.
"엄마 아빠 좋은 시간 보내 세요~, 우리 한 시간 예약 했어요, 들어 올 땐 벨을 꼭 누를 테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휴가 첫날 밤을 맞는다 아내와 난~~ 휴~우....
둘째 날 칠월 스무 이렛날 이다,
잠자리가 바뀌어도 애들은 여전히 다리 잡고 팔을 끌며 이부자리를 정리 했다. 아침부터 밀려온 피서와 산행 인파로 주차에 혼잡을 겪으며 설악이다.
케이블카는 매표시간으로부터 3시간 10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당초 나의 계획대로 흔들바위 경유하여 울산바위에 오르기로 하자,
수학여행길에 왔었다고 중도 포기 하려는 큰놈 앞세워 눈살 찌푸리기도 하고 입술을 깨무는 모습과 함께 애원의 눈빛도 보내며 흔들바위 까지 왔다.
"아빠! 바위가 엄청 큰 줄 알았는데 별로 네~" 하얀 치마 자락으로 허리를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올려다 보는 울산바위는 제 모습을 다 보여 주기 싫은 모양이다.
그 구름을 뚫고 오른 다는 건 우선 나부터 자신이 없었다 아내도 밑에서 올려다 보는 것이 더 좋다 하였다 둘째놈 다소 높은 목소리다,
"끝까지 올라가게 아빠~"
"아니 여기서 구경만 하자! 니들 힘들지~?" 애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었다.
산행에 담배 피우는 사람은 당신,아빠뿐이라는 비난의 소릴 들으며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문다.
"산들아!, 아빠 어렸을 때는~"
"아빠 그만 또 그 달디단 단팥 빵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그 말 하려고 하지~?"
"달해야~!"
"아빠 또 5년간 왕복 8Km 걸어서 학교 다니고 학교 다닐 때 젤 공부 못할 때가 75명 반에서 6등 했다는 이야기 하려고~?"
"기욱아~!"
"응, 아빠! 난 알지~ 넌 좋겠다, 이렇게 좋은 아빠를 만나서~ 그 말이지~?"
그래도 꼭 한마디 들려주고 싶은 말은,
"산들이 달해 니들 둘 정말 너 아니면 목멘다는 놈, 물론 너희들도 정말 사랑하는 남자 그런 놈 만나서 아빠가 예식장에 니들 손잡고 들어 설 때 까지는 곱게 길러 줘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 때문에 간섭하고 잔소리하고 그런 단다 알았지?, 그 기회가 자주 올 수 있도록 공부하라 하는거여~알아~?"
"그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
"그래 이제 그만 내려 가자, 휴~~"
속초부둣가에 이른 시간은 다섯 시가 다된 시간이었다 갯내음과 함께 여러 가지 바다 해산물이 손짓한다, 요즘 날씨에 날 생선은 위험하다며 아내는 나를 팔을 잡아끌었다.
큰집 누이댁 직장 동료들 숫자 헤아리다 결국 쥐포와 오징어 몇 죽 사 들었다.
둘째 날 보내기가 아쉬워, 밤엔 솔향기와 풀 내음 가득한 콘도 내 산책로를 걸었다 오랜만에 손을 잡고서 수년 째 주부 습진으로 고생하는 따뜻한 아내의 손이 많이 야위었다는 생각을 했다.
7.28이 삼일 째다.
내친 김에 통일전망대까지 가자, 민통선 넘고 별 긴장감 느끼지 않는 가운데 이산가족의 아픔을 느끼기엔 시장기가 먼저 다.
말로만 듣던 화진포 해수욕장 이다.
젤 좋아 하는 게 아내다,
"산들"인 살 탄다고 파라솔 안을 고집한다.
아내는 평소 갈고 닦은 접영까지 끝낸 수영 솜씨를 자랑한다더니,
짜디짠 물을 연거푸 들이키는 모습을 몇 번 보여 준다.
"파도가 높아 수영이 잘 않 되네~~" 호수같이 느껴지는 서해안의 변산이나 격포에 비하여 높은 파도가 좋았다.
집에 오면 손 끝 하나 꼼짝 않는다는 내가 바닷물과 모래로 뒤 범벅이 된 한 보따리 빨래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한 마디 듣고 싶었는데,
"다른 신랑들은 밖에 나오면 밥은 물론 설거지까지 다 한다고 하데~"
"그래~그래~ 내가 뭘 더 바래~!"
"그래~ 내 다~ 그래도 당신 얼굴 이쁜 것 하나 봐 참는다~"
"울 엄마 휴가 오니 참 이해심 많네~ 냉장고 문 열고 오래 있어도~,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도, 춥다고 하면서도 에어콘은 빵빵 돌리고~~" 아내는 정말 이해심 많은 모습으로 말없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휴가 마지막 날 일요일 이며 칠월 스무 아흐레,
미시령을 넘어가자, 편안한 여행의 마지막 날을 기약 코자 아침 열 시 출발을 위하여 가져온 짐을 모두 챙긴다.
미시령엔 발 밑으로 구름이 흘러가고 춥다고 잠바를 챙겨 입고 나선 서울 말씨의 관광객 속에 끼어 손짜장으로 점심을 거르진 않는다.
도로변에서 아내는 휴가 기간 중 다섯 번째 옥수수를 산다 그래서 나도 안흥찐빵을 샀다.
인제와 홍천 횡성을 거쳐 원주에서 영동고속에 오른다 홍천에서 부터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가 한 삼일 올 기세다.
그 때부터 가다 서다가 두 시간 정도, 훗날 앵커가 되고 싶다는 "달해"는"기욱"이와 둘이서 고속도로 현장을 생 중계 방송한다.
"지금 현재 영동 고속도로는 피서객으로 인한 교통 정체가 계속 되고 있다 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기욱 기자를 불러 보겠습니다~"
"네! "김기욱" 입니다 엄청 비가 옵니다, 차도 많이 밀리고요~, 가다 서다 합니다~, 옥수수를 먹고 있는 한 가족을 만나 보겠습니다~ 아주머니 지금 기분이 어떠신지요~?"
"신경질 나고 엄청 짜증나요~!"
"아!, 안흥찐빵을 드시고 있는 아저씨도 한 말씀~?"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 좋습니다~"
"아~! 아저씨는 맘에 없는 말씀을 하고 계시는군요~ 뒷자리 다 차지 하고 있는 못생긴 아가씨도 한 말씀~"
"시끄러~ 임~마~!"
졸릴 시간 인데도 웃을 수 있었다 아내는 차 속에서 내내 반쯤 시간은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함인가, 타면 잔다~, 순간,
"티코는 고속도로에 진입 못하게 해야 하는 디~"
"왜~?"
"쪼그만게 앞에서 왔다 갔다 신경질 나고, 아니, 위험 하니까~"그리고 다시 아내는 말이 없었다 노을이 물드는 시간까지.
반달 생활비 만큼을 썼다고 아내는 아쉬운 말은 해도, 휴가 기간 중 콘도에서 식사는 세끼로 충분했고 될수있음 외식을 위주로 한, 이름 그대로 휴가이길 바라는 내 마음과 행동의 작은 노력을 우리가족 모두는 알고 있을런지~(*).
2001년 칠월 막날 하루전날에 사무실에서 쓴 글 올림~
어느 날
두려운 마음
행여 금방 내가 싫어질까 봐,
그대가 머무른 자리에 서 있었고
투정 어린 말투로도
슬픈 내색없이,
날 나무라며 그렇게
꾹 꾹 참기만 했습니다.
가을오고
낙엽 흐트러지게 날릴 때,
당신 행여 내 곁을 떠날까 봐
깊은 속내 감추고
내가 지닌 비뚤어진 성격조차
조심스레 숨기고,
내 다른 얼굴로
거짓 웃음 짓곤 했었습니다.
내 곁에 오고 가는 날
행여 맘 아파 할 까 봐
듣기 거북스런 말 줄이고,
시원한 말들로
그대 산호 빛 같은 마음속에
은 모래 뿌리듯
내 노래를 불렀답니다.
오늘 행여
그대가 떠날까 봐,
소매 끈에 묻힐 눈물대신
웃음을 보냅니다,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 쉬우니
내 웃음 밟고,
그렇게 있어 달라고....(*)
**虛石/생각**